린스타트업 접근법에서는 고객 인터뷰를 무척 강조합니다. 책상에 앉아서 상상만 하는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서 검증하라는 거죠.


하지만 구체적으로 고객 인터뷰하는 방법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린스타트업/UX디자인 책에 조금씩 언급되는 내용들을 정리해보기 전에,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히 적어 보았습니다. 





고객 인터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질문해야 뻔한 대답이 아닌 새로운 걸 얻어낼 수 있을까요? 어색한 순간에는 어떻게 넘겨야 하죠? 
 

'질문하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린스타트업 관점의 고객 인터뷰에서는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일 외에 몇 가지 스킬이 더 필요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단순한 실태 파악이 아니라 잠재고객의 니즈와 근본적인 동기를 알아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는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


'어떻게 질문해야 뻔한 대답이 아닌 깊이있는 내용을 알아낼 수 있는지' 궁금해하신 분들이 계셔서 생각해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경청하기가 중요합니다. 너무 뻔한 얘기지요. 하지만 '인터뷰=질문하기'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고객 인터뷰는, 단순히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대답을 듣는 작업이 아닙니다.

 

간단한 실태조사나 제품, 서비스 출시 후 반응을 보는 경우라면 그래도 됩니다. 하지만 예비 창업자 또는 초기 스타트업이 새로운 걸 만들기 잠재고객에게 하는 인터뷰는 목적이 다릅니다. 고객의 행동뿐만 아니라 왜 그렇게 하는지, 정말 원하는 게 뭔지를 근본까지 파고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 고객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잘 모릅니다. 일상생활을 그냥 스치듯 이어가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사소한 것은 잊어버리거나 기억이 희미해지게 되어 있죠.

스스로 뭔가 불편하다고 말할 정도라면, 그건 굉장히 심각하고 경쟁자들도 누구나 알 만한 문제일 것입니다. 


그걸 해결하는 솔루션에 대해서도, 말로 물어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 고객은 듣기만 해서는 잘 상상하지 못하고, 우리 의도와 전혀 다른 걸 떠올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걸 준비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컨셉 반응을 보는 질문은 가급적 맨 마지막에, 대면해서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안그러면 고객은 그 주제에 관련된 얘기를 주로 하게 되고, 몰랐던 얘기를 들을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럼 린스타트업식으로 말해서, 문제 검증을 위한 인터뷰는 어떠해야 할까요. 


그 사람의 내면을 이해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원하는게 무엇인지 털어놓고 공감하는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 필요합니다. 

'A가 필요해요라고 말할 때 마음 속 깊은 곳에선 왜 그걸 바라는 건지, 그 핵심 감정은 무엇인지의 문제죠. 

고객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집단적 경향을 수량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나중 문제입니다. 처음에는 각각의 사람을 개성있는 독립된 존재로 탐구해야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진정한 동기를 알아내야, 내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진짜 가치있는 것인지, 고객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에 필요한 3가지 스킬



1. 경계심 허물기 

인터뷰 용어로 ‘라포(rapport)'를 형성한다'고 합니다. 뜻을 옮겨보면 친근감을 형성한다, 마음이 통하는 공감대를 이루고 경계심을 풀게 한다, 정도겠네요. 


원래는 원주민 부족 등 전혀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되는 민족지학 인터뷰 기술에서 나온 말인 것 같습니다. (경제/경영 분야나 UX 관련 컨텐츠에 등장하는 그 에쓰노그라피가 바로 민족지학입니다.) 상담 쪽에서도 쓰이는 용어 같은데 자세한 건 이 글을 참조해주세요. (라포란?)


요즘 날씨가 참 덥죠+, 찾아오시는 길이 힘드셨죠, 등등 가벼운 인사말로 긴장을 푸는 부분이 있고요. 본인 소개인터뷰하는 목적을 간략히 전달해서 인터뷰 대상이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초반에는, 듣다가 궁금한게 생겨도 중간에 끼어들지 말고 일단 상대방이 하고싶은 얘기를 다 하게 내버려두는 게 좋습니다. 궁금한 건 머리속 한켠에 잘 메모해 놨다가 적당한 틈을 타서 꺼내면 좋겠지요.



2. 맞장구치기


연애할 때랑 똑같습니다. 적당한 추임새와 맞장구가 있어야 상대방이 자기 얘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불편한 침묵의 순간에 당황해서 전혀 생뚱한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잽만 날려서는 고객의 깊은 마음을 들여다보기 어렵습니다. 영화로 치면 롱테이크가 필요합니다. 고객이 하고싶은 말을 다 하게 배려해주세요. 

예를 들면 이런 맞장구들이 있겠죠.


- 아, 그렇군요. 네에. 아, 그러셨어요. 

- 정말 힘드셨겠네요. 

- 그런 게 있었군요. 

- (몰랐던 사실을 언급해서 자세히 듣고 싶을 때, 놀라움을 섞어) 그래요? 


그리고 상대방이 했던 말을 약간 바꿔서 맞장구쳐도 좋습니다. 고객이 애매한 표현을 썼을 때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확인하거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습니다.

고객 : 그럴 때는 정말...쫌 그래요.

나 :  시간을 낭비하게 되서 짜증나시는군요.

고객 : 네, 아무래도 그렇죠.  / (또는) 시간도 시간이지만요, 제가 진짜 신경쓰이는 건 …


맞장구를 덜 쳐야 하는 때도 있습니다. 고객이 자기 얘기를 하다가 흥분해서 삼천포로 빠지는 경우죠. 
그럴 때는 미소를 지으며 ‘네에…’정도만 곁들이며 살짝 끄덕이기만 하면 됩니다. 너무 과한 맞장구나 끄덕임은 그 이야기가 중요하거나 흥미롭게 느껴진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됩니다. 그래도 상대방이 눈치없이 계속 이어간다면,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여 주세요.  



중간에 말을 끊고 억지로 화제를 돌리지는 마세요. 인터뷰에서 의사표현을 꼭 말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기억하세요. 인간은 아직도 몸짓 언어로 많은 걸 표현하고 이해하는 존재입니다. 서로 막 형성된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 의사전달을 하는 게 포인트입니다. 



3. 깊이 파고들기 (Probing)

이 용어는 리서치 업계에서 쓰이는 말입니다. 단순히 상대방의 말에 맞장구를 치거나 새로운 주제의 질문을 던지는게 아니라, 방금 들은 내용에 대해 한발 더 깊이 파고드는 것입니다. 

'왜 그런지'가 궁금하거나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내려고 할 때 필요하죠. 


고객 : 예전에 OO에서 많이 샀는데 지금은 OO에서 주로 사요. 

나 : 아...네, OO에서 사지 않으시게 된 건 어떤 부분 때문일까요?  

고객 : 뭐 우선 ~~가 있구요. 


"왜요?"라는 직설적인 질문은 좋지 않습니다. 이유는...아마 반대 입장이 되보면 아실 거에요. 상당히 공격적으로 느껴지거든요. 마치 그래서는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죠. 


또 한 가지 중요한 건, 나의 주관이 개입된 ‘유도심문’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이런 거죠.

고객 : OO에서 많이 사다가 지금은 OO로 넘어왔어요.

나 : OO를 안쓰시는 건 결제가 불편해서인가요? 

고객 : 예..뭐..그렇죠. 
(그 말도 맞긴 하지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 같은데, 당장 생각이 안나기도 하고 틀린말은 아니니 대충 넘어감)


예상했던 대답을 들었을 때 한걸음 더 나아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나 : OO를 안쓰시게 된 건 어떤 부분 때문인가요?

고객 : 일단 결제가 불편했구요. 그게 제일 크죠. 어쩌구 저쩌구... 

나 : 네..그러셨군요. 혹시 또 다른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게 있었을까요? 

고객 : 음... 그때 당시에 제가 말이죠. ....


지금까지 제품 기획자이자 UX리서처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 팁을 나눠봤습니다. 사실 리서치 업계에서는 누구나 아는 내용이지만, 공개된 컨텐츠로 옮겨진 걸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제품/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잠재고객, 초기고객을 만나려는 분들께 작게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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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충분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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