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고객조사를 처음 경험하는 창업자를 위해 고민하며 작성 중인 연재물입니다. 컨셉 기획자로서 실무 경험에 기반한 내용이며, 전통적인 마켓리서치 전문가들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사실 설문조사 하는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되죠. 구글폼으로 만들면 제로비용에 배포도 용이하고, 결과물도 깔끔한 그래프로 그려줍니다. 그런데, 이게 독입니다. 


너무 쉬워서, 그냥 쉽게 해버리는 경우를 가끔 보게 됩니다.

오늘 하려는 얘기는 비즈니스 활동으로서의 설문조사를 잘 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개인적인 바램은 이 글을 통해 고객 접점이 되는 설문지가 좀더 친절하게 구성되고, 의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면 합니다.


두 가지 원칙

제품개발 초기에 고객조사를 통해 알고자 하는 내용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난이도 순서대로 다음과 같은데요. 


(1) 기존 사용행태 & 인식(U&A, usage & attitude) + 구매경험
(2) 제공한 제품/서비스에 대한 만족도
(3) 만들려는 제품/서비스 컨셉에 대한 반응

1번 단독으로도 하지만 대개 2, 3번에 모듈로 들어가게 됩니다. 컨셉 평가를 설문으로 하는건 많은 무리가 있지만, 스타트업의 상황이 상황인지라 가끔 그런 케이스도 보입니다. 


어떤 경우든 텍스트만으로 고객의 경험과 생각에 대해 질문하는 건 대답에 많은 왜곡이 반영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일할 때도 그렇지 않던가요.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것과 전화하는 것, 메신저로 하는 것에 차이가 큽니다. 오해의 소지도 높구요. 위의 구분은 그런 난이도 순서대로 줄을 세운 것입니다. 


따라서 온라인 설문조사는 대면 인터뷰보다 더 응답자 친화적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고객이 내 제품/서비스의 이용자이듯,
응답자도 설문지의 용자(user)다. 

그리고 설문조사 설계시 유념해야 할 또 하나의 원칙은, 이것 또한 시간과 노력이 드는 비즈니스 활동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얻어내고자 하는 예상 아웃풋이 명확해야 합니다. 조사를 통해 A라는 결론이 나오면 어떤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는가? B를 새로 알게 되면 내 서비스의 어떤 부분이 달라지나? 내가 몰랐던 C를 알아낼 수 있는가?하는 질문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간단한 설문조사도 시간과 노력이 드는 기업활동이다. 
얻고자 하는 결과물이 명확해야 하고, 그 과정은 최대한 효율적/효과적이어야 한다. 

조사의 아웃풋이 다음 비즈니스 활동의 인풋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냥 개인의 궁금증을 풀기 위한 취미활동일 뿐입니다. 최소한 팀원 모두가 공감대로 삼을 페르소나라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원칙 하에 실무적인 고객조사 설문지 작성 순서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설문지 작성 순서

Step 1. 브레인스토밍

궁금한 내용을 메모장에 적어본다.

- 절대 구글폼 먼저 열고 시작하지 않는다. 
- 팀원들이 각자 작성해서 취합해봐도 좋다. 


Step 2. Flow 설계

비슷한 내용끼리 그룹핑한다

고객이 응답하기 쉬운 순서로 배열한다
- 일반적으로는 
인적사항(내용과 관련된) → 구매경험 → 사용경험 → 제품/서비스 만족도 → 컨셉 반응평가 → 추가 인적사항(민감한 내용)
- 과거→현재, 구체적→추상적인 질문
- 평이한 질문→대답하기 곤란하거나 민감한 질


Step 3. 핵심질문 체크

꼭 알고자 하는 Key question은 무엇인가?
이 부분은 중요하므로 별도의 글로 다룰 예정입니다.

- 고객 세그먼트에 대한 가정이 담겨 있는가?
- 결과를 분석하면 어떤 비즈니스 활동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 (대면인터뷰 대상 좁히기, 타겟 마케팅, 신규 기능 개발여부...)

Step 4. 파일럿테스트/UI 최적화

잠재고객에 가까운 지인에게 사전에 설문을 한 번 시켜본다. 

온라인보다는 만나서 같이 앉아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머뭇거리거나 오래 걸리는 부분을 관찰하고, 설문 끝난 뒤에 인터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응답하기 애매한 문항이 있는가? 
→ 보기가 MECE하지 않게 구성된 경우
완료율을 높이고 이탈률을 낮추는 UI인가?
- 고객조사의 기본 안내문구 체크 
Intro - 소요시간, 익명처리/비밀보장
Closing - 감사문구, 문의사항 연락처


세 가지 당부

이런 과정도 복잡하다면 다음 세 가지만은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마주쳤던 초기 스타트업들의 설문조사를 보며 느낀 점들인데요. 


첫째, 궁금한 순서대로 물어보지 말자. 
응답자도 고객입니다. 잠재 고객이죠. 최대한 고객에 빙의해 응답하기 쉬운 순서로 구성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딱 한명이라도 사전 테스트를 해보면 설문지를 좀 더 개선할 수 있습니다. 

둘째, 얻고자 하는 결론, 핵심질문(Key Question)을 3개 이하로 압축해보자. 
핵심질문은 설문지의 구체적 문항들과 꼭 일치하진 않는, 더 상위의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응답자의 직업/보유제품 브랜드/ 사용행태를 물어봄으로써 알고자 하는 궁극적인 내용은 "어떤 고객이 가장 큰 불편함과 니즈를 갖고 있는가?"일 수 있습니다. 

셋째, 정확한 문장,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톤&매너를 구사하자. 
설문도 고객 여정(customer journey)에 있어서 고객이 우리의 서비스와 브랜드를 만나게 되는 접점입니다. 이 접점(touchpoint)을 소중히 여기셨으면 합니다. 사전 테스트도 할 겸, 비즈니스 라이팅에 익숙한 주변 사람에게 더블체크를 받으면 좋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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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캔버스를 만든 원작자가 말하는 4개 블록의 차이점을 발췌/번역해 보았다. 

린캔버스와 비즈니스모델 캔버스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 걸까? 린캔버스를 써도 정말 괜찮을까?
린스타트업 개념이 정말 좋은 것 같기는 한데, 린캔버스를 알게 되면서 빠질 수 있는 고민이다.

린캔버스의 창시자인 애시 모리아(Ash Maurya)는 이 질문을 숱하게 받았던지, 블로그를 통해 린캔버스를 만들게 된 동기와 둘 간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다. 원문은 너무 길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발췌/재구성해 보았다. 
(원문 링크


린캔버스를 만든 이유

"왜 알렉산더 오스터왈더의 비즈니스모델 캔버스와 다른 버전을 만들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나는 기업가에 초점을 맞춰서 최대한 활용가능한(Actionable) 캔버스를 만들고자 했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늘 염두에 두고 있었던 린스타트업 원칙이었다.

“스타트업은 극도의 불확실함 속에서 돌아간다."
“Startups operate under conditions of extreme uncertainty.”  - by Eric Ries

따라서 나는 사업의 가장 불확실하고 리스크가 큰 부분을 찾아낼 수 있게 함으로써 활용도를 높이고자 했다." (애쉬 모리아)

즉, 기존 비즈니스모델 캔버스를 스타트업과 창업자에게 맞춰 최적화하려는 목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존 비즈니스모델 캔버스는 어쨌거나 대기업의 신사업 개발이라는 필요와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었고, 애시 모리아 자신의 비즈니스에 적용하면서 한계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서 바뀐 부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추가된 블록 4개에 대한 설명을 그대로 옮긴다. 


출처: LeanStack

1. 해결하려는 문제 Problem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만들고자 했던 것을 못만들어 내서가 아니다. 잘못된 제품을 만드는 데 시간과 돈, 노력을 낭비하기 때문이다. 이는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처음부터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Problem 박스를 따로 분리했다. 


2. 제품/서비스 솔루션 Solution

일단 Problem을 이해한 뒤에야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들을 정의하기 좋은 상태가 된다. 나는 기업가들이 가장 열정을 보이는 ‘솔루션’에 일부러 작은 박스를 할당했다. 맨 처음 마음속에 떠올랐던, 검증되지 않은 솔루션에 푹 빠지는 경우가 많다. 솔루션 박스를 작게 유지하는 건 MVP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3. 핵심지표 Key Metrics

스타트업들은 숫자의 바다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불확실뿐인 카오스에 질서를 만들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때든지 간에, 정말 중요한 건 몇 가지 핵심활동(또는 핵심지표)밖에 없다. 

핵심지표를 제대로 정의내리지 못하면 재앙이 될 수 있다. 때이르게 최적화를 한다던지 잘못된 목표를 이루느라 자원이 고갈되는 것 등등 쓸모없는 활동들 말이다. 처음부터 핵심지표를 중심에 두면 나중에는 핵심 그로스 엔진이 되어줄 것이다.  


4. 경쟁우위 요소 Unfair Advantage

이 부분은 사업기획을 할 때의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 또는 진입장벽(barrier)에 해당한다. 물론 첫날부터 진정한 경쟁우위를 가진 스타트업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즉, 이 박스는 빈칸이 될 거라는 얘기다. 

이 박스는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당신의 용기를 뺏고 멈추게 하려는 게 아니다. 늘 Unfair Advantage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걸 찾아내고 만들어가도록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일단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의 초기 성공을 이루고 나면, 경쟁자와 카피캣들이 시장에 들어오는 건 불보듯 뻔하다. 만약 이런 패스트팔로워들을 방어해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멸종될 위기에 처할 것이고, 이야말로 진정한 리스크다. 


제거된 블럭

애시 모리아는 이어서 새 블럭을 추가하기 위해 삭제해야만 했던 블럭들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한다. 다음은 역시 그의 설명을 옮긴 것이다.


1/2. 핵심활동/핵심자원 Key Activity/Key Resource

둘 다 외부인 입장에서 스타트업의 성과를 이해하는 데 도움될 내용이다. 즉, “Outside-in” 접근에 더 가깝다.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하는 기업가정신과는 반대다) 나는 이 칸에 “고객개발”, “소프트웨어 개발”, “개발자” 같은 걸 적어넣곤 했는데, 이는 사업 자체의 리스크와는 별 상관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이 둘은 또한 새로 추가되는 항목과 일부 겹친다. 

- 핵심활동 : 솔루션으로부터 뽑아낼 수 있으며, 그래야만 한다. 그리고 이 작업은 일단 MVP로 초기 테스트/검증을 마친 뒤에 하면 된다. 

- 핵심자원 : 요즘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예전만큼 (물리적인) 자원 집약적이지 않다. 인터넷, 오픈소스, 클라우드컴퓨팅, 글로벌화 덕분에 훨씬 적은 자원으로 제품을 개발해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따라서 핵심자원은 Unfair Advantage와 좀 더 관련이 있다. 하지만 핵심자원이 Unfair Advantage가 될 수는 있어도, Unfair Advantage에 꼭 핵심자원만 있는 것은 아니다.


3. 고객관계 Customer Relationship

나는 무엇을 만들던 간에 고객과 직접 관계맺고 시작하는 것을 열렬히 옹호한다. 고객 인터뷰를 하던 관찰을 하던 말이다. 그러면 당신의 솔루션과 고객 세그먼트에 맞는 고객에게 이르는 길을 찾아낼 수 있다. (appropriate path to customers) 이 내용은 기존에 있는 채널 블록에서 다루면 된다. 


4. 핵심 파트너십 Key Partnership

이 박스를 없애기가 정말 어려웠고,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음을 고백한다. 특정 제품은 제대로 된 파트너를 먼저 만들어야 성공을 예측가능한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글로벌한 태양광에너지 그리드 플랫폼을 만든다면 막대한 자본이 들고 규제기관과도 관계를 맺어야 하므로 먼저 핵심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이런 카테고리에 속하지 않는다고 본다.

“당신이 검증된 제품 없는 이름모를 스타트업이라면, 처음부터 파트너십을 맺으려고 노력해봤자 시간낭비가 될 수 있다."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비즈니스모델을 최적화하는 데 있어서 파트너는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파트너가 부족한 게 리스크가 아니다. 그보다는 비용구조와 채널에 좌우된다.  

여기까지가 원문을 발췌/번역한 내용이다.


첨언

해결하려는 문제와 솔루션 먼저 정의해야 가장 큰 리스크가 줄어든다는 핵심 주장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애시 모리아의 글을 읽어보면 그의 백그라운드 자체가 아무래도 소프트웨어 개발에 치중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 글이 쓰여진 시기가 2012년이라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지금처럼 O2O라던지 각종 플랫폼, 물류, 하드웨어 등 분야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즈니스모델 캔버스 원본의 항목들도 중요해진다. B2C 중심의 소프트웨어/앱 개발보다는 말이다.

그러니 앞서간 창업가들이 조언하듯, 먼저 린캔버스로 시작을 하고 적절한 단계에서 비즈니스모델 캔버스를 통해 사업을 구체화해가면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학생 예비창업자, 직장을 다녔더라도 본업과 상관없는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려는 창업자라면 린캔버스로 시작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본인이 불편해서 못 살겠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고객은... 이렇지 않을까?' 하는 가설 단계라면 말이다.

참고글 : 린캔버스 vs. 비즈니스모델 캔버스, 어떤 걸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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